맏며느리 2024. 1. 4. 12:38

누구나 마음 한편 그리움 하나 간직하고 살아가지 않나 싶습니다

그 그리움의 대상이  부모님일 수도,
젊은 날  첫사랑일수도, 아님  조각조각 떠오르는
지난 추억일 수 도 있을 것입니다

식탁 위에 안 먹고 뒹굴고  있는 껍질색 변한 바나나를 보니 제 어릴 적 기억 하나가  떠 오릅니다

제가 초등학교 다닐  적 제일 비싼 과일이 바나나였습니다

그런데   저의 할아버지께서는 해방이 되자 가족들을 다 데리고 일본에서 한국으로 오셨다가 그 당시 나라가 혼란스럽고 우리나라에서  살아가기 막막한  상황이라 가족들만 남겨 두고  돈을 벌기 위해 밀양선을 타시고
다시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에서 생활하시다 돌아가셨습니다



그래서  1년에  봄, 가을로 저희 집에 일주일씩  묵어 가셨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 할아버지 덕분에  전 그 시절  일제 연필이며 샤프 연필깎이등 일본 제품  쓰며 생활했습니다

그러던 어는 날 할아버지랑 시장구경을 나섰다가 과일 가게 바나나를 가리키며 "비싸서 한 번도 먹어보지 못했는데"라고 하자 "일본에서는 잘 먹지도 않고 버리는 과일인데"라며  "다음에 올 때 할아비가 사다 주마"라고 그러시더군요
그  뒤 할아버지는 한국에 오실 때마다 

바나나를 사 오셨고  그것 때문에 전 1년에  두 번 정도는  비싸서 못 사 먹었던 바나나를 먹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할아버지가 저희 집에 오셨을 때가  가을 소풍을 가게 되었고 전 바나나 하나를 가방에 넣어 갔었습니다

그리고 친구들 앞에서 그걸  꺼내보이기만 하고 친구들과 나눠 먹지도 않고 도로 집에 가져왔더랬죠
친구들이  "난 한 번도 못 먹어 봤는데"라며 
부러운 듯 얘기하는 게  은근히 관심 갖는 것 같아 좋았더랬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니 그 나이 때의
철없는 행동이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요즘 아이들이 쓰는 표현을 빌자면 
'참 재수 없는 아이'였던 거죠

그 시절 그렇게 비싸고 귀했던  음식이 지금은 식탁 위에서 나뒹굴고 있어 잠시 그때 생각이 나면서   많은 것을  가지고  풍요 속에   살고 있는 지금의 우리들이지만  없는 게  많았고
  가질 수 없었던  지난 시절이 그리움으로 남아 있는 건

아마도 지금의  풍요로움이  채워
줄 수 없는 
지나온 우리의 추억이 깃들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오늘이 지나면  내일의 추억으로
남게 될 것입니다
그 추억이 아름답게  그리고  오랫동안 그리움으로 남을 수 있게  오늘 하루도 열심히 살아가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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