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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의 몫

맏며느리 2024. 1. 4. 23:04

          
늘 뭔가를 하기는 하는 것 같은데 표도 안 나는 게  집안일입니다

일어나자마자 이부자리 정리한 다음으로 
부엌 싱크대 앞에서 씻고 다듬고 썰어서 만든
찌개에다  볶고 지지고 한 밑반찬에 갓 지은
고슬고슬한 밥으로 식탁 위에 차려내고 나면
가슴보다 더 나온 배부분 주위로 얼룩진 물기 가득 찬 앞치마 털어내며 식탁의자에  털썩 앉으며 한 끼를
해결하고 나면 곧 숙제처럼 쌓여 있는  빨래와 청소
그러고 나면 곧 돌아오는  식사 때인 점심~~ 그리고 또 저녁~~ 그리고 하루를  정리해야 하는 밤이 옵니다


챗바퀴 같은 이런 일상 속에서 편한 말벗들과 어울려 
남편 흉도 보고   자식걱정, 살아가는 얘기로 
누리던 소소한 일상의 보너스 같은 시간을 누릴 수 없게
된 요즘입니다

"집에서 하는 게 뭐 있니?" "집에 있으면서 뭐가 그리 바쁘니?"심지어
 " 집에 있는 사람이 아프기는 왜 아프니?"라는 말을
들으면 가슴에서 욱하고 뭐가 하나 치밀어 오릅니다
집에서 하는 게  얼마나 많은데? 
내가 잠시라도 없으면 집 꼬락서니가 어떻게 되는데?
이렇게 사는 건 다 누구 덕인데? 세상에  아프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는데? 라며 마음속으로 항변하지만

내 또래의  능력 있고  돈 잘 버는 여자들이 부러운 건 어쩔
수 없긴 합니다

벌어다 주는 돈 이리저리 나가야 하는 부분에 맞추어 제하고 나면 빠듯한 금액으로 살아가야 하는 게  집에서 살림 사는 주부들의 공통된 모습일 것입니다

하지만 옛말에  '버는 자랑 말고 쓰는 자랑 하라'는 말이 있듯이 큰돈을 벌든  적은 돈을 벌든  쓰기 나름이고 모으기 나름이듯  집안을 관리하고 꾸려나가야 하는 야무 친 주부의 손길이 아니고서는 힘든데 마치 사회생활을 통해 금전적인 수입을 벌어오는 사람만을 높게 생각할 때는 속상하기도 합니다

깔끔하게 정돈된  집에서 깨끗한 옷에  맛있는 음식  배불리 먹고 기분 좋게  출근할 수 있는 것도 집안에서 부지런하게 움직이고 있는 주부들의 손길 덕분인데 말입니다

보이는 게 다가 아니듯  우리 사회 곳곳에도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신의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양파, 당근, 시금치, 고기 당면은 그 자체로는 그냥 음식의 재료이지만  주부의 손길이 닿으면 보기 좋고 맛있는
잡채가 되듯 우리가  살아가는 주변 어디에도 쉬워 보이는 건 없습니다



어쩌면  우리 모두는 각자의 자리에서 자기 몫의  일을 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하루를 살아냈다고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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