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밀한 그곳에서 여자들의 수다
제1편
그들만 모르는 별명
찬바람이 불거나 쌀쌀한 날씨에는 뜨근한 그 무언가를 찾게 된다
특히나 추운 날, 뜨근한 온탕에 몸을 담그면 몸과 마음이 따뜻해지면서 새삼 행복함마저 든다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 지하 1층은 헬스장과 목욕탕이
있어 입주민들이 늘 들고 날고 하며 낯익은 사람들과 묵례나 미소로 인사를 나누는 곳이다
몸매가 드러나는 레깅스에 탑브라를
한 젊은 여자들이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러닝머신에서
걷고 뛰며 연신 땀을 흘리고

세월의 흐름에 따라 형성된 흰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며
근육을 키우는 중년의 남성들을 지나
목욕 가방 들고 바로 목욕탕으로
향하는 사람들로 붐비는 곳인
커뮤니티 목욕탕 안
여탕에는 탈의실과 파우더룸에서
옷을 벗고 입으며 화장을 하고 머리를 말리며 옷매무새를 고친다

목욕탕 안으로 들어가면 온탕과 냉탕 샤워실 그리고 75도의 고온 사우나가
있어
요즘처럼 추운 겨울이면 온탕과 사우나안은 발가벗고 앉아 수다스러운 여자들의 목소리들을 쉽게 들을 수 있다
평일 오전 6시 30분부터 오픈인 이 목욕탕에 들어와
온탕 가장자리에 방수패드를 깔고 앉아 3시간 동안 땀을 빼고 있는 여자를 가리켜 '쭉쟁이'라 수군대고
유독 공중생활의 규칙을 본인은
지키지도 않으면서 이래라저래라 지적을 하는 여자를 '지적질하는 여자'라며 눈살을 찌푸리며
'본인부터 좀 잘하시지'라며 중얼거린다
게다가 목욕탕 안에 들어서면 유독
젊은 여자의 목소리가
탕 안을 울린다
허언증(虛言症) 환자 같이 어제 말 다르고 오늘 말 다르며 쉴 새 없이 이야기를 하기에
이 여자를 두고는 '말 많은 여자'라 수근 되어도 정작 본인은 모른다는 것이다
게다가 고온의 사우나 안은
그 속에서 웃고 떠들어도 밖으로
소리가 새어 나오지 않기에 비밀스러운 얘기들을 나누기에 안성맞춤에다 여자들의 은밀한 얘기로 수다스럽다

오늘도 사우나 바깥의 샤워실에 여자들의 몸을 훑어보며 여자들의 은밀한 수다는 계속된다
#목욕탕 #사우나 #헬스장 #레깅스 #탑브라 #허언증 #지적 #고온 #온탕
#냉탕 #수다 #여탕 #샤워장 #파우더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