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밀한 그곳에서 여자들의 수다
제10편
세월은 흔적을 남긴다
세월은 사람의 얼굴에 주름이라는
흔적을 만들고
살아온 시간만큼
흰 머리카락의 숫자를 심어주고는
의지할 것이 필요한
사람들에겐 지팡이까지 선물(?) 해 준다
아이는 어른이 되고 어른은 늙은이가 된다
그렇게 세월은 사람을 나이 들게 한다
나이가 들면 죽음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이고 기억의 상실(喪失)은 치매라는 병명으로 진단받아 자식들을 힘들게 한다
"지난주에 아버지를 결국 요양원으로 모셨어요
치매가 너무 심해 가위를 들고는 주변사람들을 위협하기까지 해 어쩔 수 없었어요
사지(四肢)를 이동식 침대에 묶어
모시고 가는데
가슴이 찢어졌어요"라며
눈에 눈물이 고인 얼굴로 무거웠던
마음을 사우나 안 여자들에게 풀어놓는 최여사님을 향해
"에구 마음이 많이 무겁겠어요"
"너무 속상해 말아요
우리 나이 때 주변에 많은
부모님들이 그러시더라고요"라며
위로의 말을 건넨다
"우리 나이는 다 그런 것 같아요 저도 시어머니를 요양원에 모셨는데 치매로 정신이 오락가락해요
그러다 정신이 돌아오시면 자식들이 요양원에
모신 것을 당신을 버렸다고 생각해 집에 데려다
달라고 그렇게 떼를 쓰시는데 너무 속상해요"라며 이여사님도 속상한 듯 이야기한다
"우리는 그렇게 나이 들지 않아야 할 텐데 그게 우리 의지대로 되는 것이 아니니
답답할 뿐이에요"
"평균수명이 늘어나다 보니 기억의 장애는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건강하게 나이 든다는 게
참 쉽지 않은 일인 것 같아요"
"그러니 살아 있는 동안 늘 감사한 마음으로
나에게 주어 진 시간 동안 열심히 살면 되는 게야
그 뒤는 하늘에 맡기는 거지"라며 늘 모든 것은
하느님의 뜻에 달려 있다는 믿음 강하신
여든여덟의 어머님이 어머님보다는 어린 나이의 여자들에게 너무 두려워하며 살지 말라며
타이르듯 이야기한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이라는 계절만큼
세월이 만들어 놓은 흔적은 봄날처럼 화려하고, 여름처럼 강렬하고,
가을처럼 다양하고,
겨울처럼 힘겨울 수 있지만
나이라는 훈장의 이름표를
달아주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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