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요속의 빈곤
" 버리라 했더니~~ 엄마 쫌 ~~"
이라며 짜증이 잔뜩 들어간 말투로
약속 시간이 빠듯해 집을 나서기 전 신으려던 양말에 구멍이 나 있자 양말을 벗으며 다른 양말로 바꿔 신으며 아이가 나에게 한 말이었습니다
" 세탁한 거니 그냥 한번 더 신고 버리면 안 돼, 그냥 신고가"라고
했다가 아이는 짜증을 내며
구멍 난 양말을 벗어던지고는
다른 양말을 찾아 신고는
늦었는지 문을 닫고 나가 버립니다
요즘은 패션양말이라고 해서 만원에 10켤레씩 묶어 파는 양말들이 많습니다
싸다고 한 묶음 사 오면 몇 번 신지도 않았는데 특히 엄지발가락 쪽에 구멍이 나 애들은 쓰레기통에 바로 버립니다
아까워 세탁해서 기워 신어야지라며 쓰레기통에 버려진 양말을 주워 세탁기를 돌리고서는 어느새
까먹고는 건조된 양말을
양말 서랍장에 개어서 넣어둡니다
그러다 이런 상황이 오면 ' 아~~ 맞다 구멍 난 부분 기워야지'했던
생각이 떠 오릅니다
이런 일이 종종 있자 아이는 오늘은 짜증 섞인 말투를 남기며 집을 나갑니다
다른 곳은 멀쩡한데 조그맣게
난 구멍 때문에 버리자니 아까워 바늘에 실꿰어 몇 번만 꿰어 놓으면 다시 멀쩡해져 신으면 되는데 기워 놓아야지 했다가 잊어버리고는
귀찮아 그냥 버리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릴 적엔 양말 천이 지금처럼 앏지도 않고 가격이 싸지도 않아 구멍 난 부분을 늘 기워서 떨어져 나갈 때까지 신었던 것 같습니다
그 시절에는 다들 그랬지만
아버지 혼자
벌어오는 넉넉하지 않은 수입으로 자식 4명을 먹이고 입히고 가르치며 살아가야 했던 내 어린 시절 엄마는
큰 애가 입던 옷. 작은 애에게 옷이 크면 큰 대로 작으면 작은 대로
그대로 물려 입혔고 옷이 이쁘고
안 이쁘고를 떠나 그게 당연한 듯 물려주며 받아 입으며 그렇게 생활했습니다
학용품도 아껴 쓰기 위해
짧아진 연필 볼펜대에 끼워
몽땅해질 때까지 쓰고, 버리는 종이는 똑같은 크기로 잘라 묶어 연습장으로 사용하며 연필로 사용하고 난 뒤에는 볼펜으로 그 위에 덧칠해서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사용하다 버렸던 기억이 있습니다
내가 신던 신발은 동생에게 물려줘야 한다는 생각에 걸음걸이 마저 조심스럽게 걸으며 아끼며 생활했습니다
구멍 났던 기워진 양말이 발가락에 끼워지면 불편은
했지만 그때는 또 다들 그렇게 살았기에 불편함도 귀찮음도 다 이겨내며 살았던 것 같습니다
편리함과 풍요 속에 지금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이지만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더 아끼고
살 수 있는데도
귀찮아서 그냥저냥 살아갑니다
삶이 가져다준 풍요로움과 편리함은 우릴 게으름뱅이로 만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지만
부지런함으로 부족함을 채워갔던 어릴 적,그 시절 추억에 대한 이야깃거리는 부족해 가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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