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때로는 삐뚤어지고 싶다
"엄마 바로 앉아 먹어"
"내버려 둬, 난 이 자세가 편하니"
식탁 의자에 앉아 한쪽 다리를 올리고 식사를 하고 있는 나의 자세를 보고 큰딸아이가 지적을 합니다
"엄마, 커피 좀 그만 마셔, 속도 안 좋으면서 도대체 하루에 몇 잔을
마시는 거야"
"괜찮아 하루에 2~3잔은 심혈관 질환에 좋다는 설(說)도 있어"
"엄마 설거지 좀 깨끗이 해
텀블러에 물 때가 제대로 제거가 안되잖아"
"그럼 네가 좀 하면 되잖아, 나이 드니 눈도 침침하고 안 좋아 그런 걸 나이 들어가는 엄마를 애처롭게 생각
안 하고 불평불만만 많아
가지고 말이야"
요즘 들어 딸아이들과 투닥거리는 일이 늘어만 갑니다
마치 사춘기에 접어들었던 어린 시절처럼 모든 일에
의욕도 없고 만사(萬事) 귀찮고 주변에서 하는
이야기들이 잔소리로 들립니다
누군가 별 뜻 없이 하는 말인데도
마음에 화가 나는 경우도 유독
많아지고 나 혼자만의 공간에 갇혀 아무것도 안 하고 싶어 질 때가 많아집니다
중년의 사춘기인 갱년기라 그런가? 라며 스스로를 위로해 보지만 별거 아닌 것에 목소리도 커지고 상대에 대한 이해보다 나의 마음만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며 원망 섞인 투정만 늘어갑니다
지나 온 시간에 대한 후회와
그때 하지 못 했던 것에 대한
아쉬움에 헛헛한 마음을 채우고자 맛있는 음식으로
과식(過食)을 해 보지만 배만 불러오고 마음은
채워지지 않으니 이유 없는 눈물만이
눈동자에 고이기만 합니다
이런 나의 행동이 마땅찮은 딸아이들은
"엄마 요즘 왜 그래?"
"왜? 엄마도 삐뚤어질 테야"라는 나의 말에 어이가
없는지 헛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흔들고는
각자의 방으로 들어가 버립니다
가을이 오려나 봅니다
떨어지는 낙엽에도 눈물짓게 되는
이 계절에 중년의
사춘기를 벗어나 가을 햇살에
활짝 웃게 될 내 모습을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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