밉상(?)남편
" 딸아, 뭐 하니?"
" 뭐 하긴요, 집에 있는 사람이 늘 그렇죠
엄마 왜요? 무슨 일 있어요?"
" 무슨 일 있긴 그냥 해봤다"
전화기 너머 엄마 목소리에는 뭔가 불만이 가득 묻어 있습니다
" 왜요? 무슨 일인데?"
라며 재차 묻자 엄마는 못 이기는 척
아버지에 대한 불평불만을 쏟아 놓기 시작합니다
" 진짜 너희 아버지는 밉상이다"
" 왜요? 아버지가 뭘 우쨌는데?"
" 아니 내가 너희 아버지 나이도 들어가고 이상한 행동도 하고 기억도 예전만 못 하기에
치매 보험을 하나 넣어 둔 게 있었거든
그런데 어제 치매 검사를 받으려 간다고 하기에
그 보험금 넣어 놓은 게 있으니 의사 선생님이
이것저것 묻거든 몇 개는 기억 잘 안 난다고 해라
했더니만 내를 어이없이 보고 가더라
그러고는 집에 와서 한다는 소리가 기억이
너무 생생하게 잘 나 묻는 말에
대답을 아주 잘하고 왔다며 남 속도 모르고
얘기하는데 어찌나 얄밉던지...
치매 보험은 괜히 넣어가 쓸데없는데
돈 썼다 아이가 으이그 밉상 영감탱이~~~"
엄마의 투덜거림에 전 웃음이 나와 막 웃으면서
" 치매 보험금이 얼만데?"
" 천만 원짜리"
" 엄마 그 돈 얼마 된다고 아버지 아직 정신 멀쩡한 게 얼마나 다행이야 ~~
난 또 뭐라고 ㅎ 울 엄마도 참~~ 내"
라며 쓸데없는 보험에 가입해 몇 년을 돈 들어간 게
억울한 엄마를 위로해 드리기보다 아버지 편에서 얘기했더니 짜증이 나신 엄마는 전화를 그냥 끊으십니다
그 옛날, 연애대신 먼 집안 친척분의 소개로
얼굴도 제대로 못 보고 부부의 연(緣)을 맺어
살아온 지가 벌써 55년이 넘었습니다
자식 낳고 살아오면서 얼마나 많은 갈등이
있었을 것이며 어려움도 많았겠습니까?
그 긴 세월 참고 견디며 지금껏 살아오셨습니다
엄마는 밉다 밉다 말로는 그러면서도 철마다 나오는
몸에 좋은 건 아버지를 위해 아끼지 않고 사서 손수 다듬고 고아서 해드립니다

정작 본인은 입에도 대지 못 하시면서 아버지가 좋아하고 아버지 몸에 좋다는 건 꾸룽내 냄새로 역한 소의 양도 손으로 빡빡 씻어가며
푹 고아 뽀얀 국물 내 해드리면서도 투덜투덜거립니다
요즘 우스갯소리로 와이프가 동창회 나간다고 해
명품 가방에 옷에 신발에
번쩍번쩍하게 입혀 내 보내고선
"어머나 너희 남편 진짜 멋지다"라는 소리를
내심 기대하며 기다리고 있던 남편에게 외출했다 들어서면서 그 비싼 가방을 내동댕이 치며
" 아직 남편 살아 있는 여자는 내 밖에 없더라
이 나이에 아직도 남편 수발하냐며? 친구들이
세상 제일 불쌍한 여자 취급하더라"며 투덜대는
아내를 보고 고개 숙여야 했다는 남편들의
웃지 못할 얘기들이 회자될 만큼
한 사람과의 백년해로가 얼마나 힘든 건지를
일깨워주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혼도 너무 흔한 일이 되었고
결혼 안 하고 나 홀로 사는 1인 가족도 늘어나는
요즘,
살아온 환경도, 성격도 너무나 다른 두 사람이
가정 꾸려 자식 낳고 살아가면서 겪어야 하는 갈등과 넘어야 했던 삶의 고비들이 얼마나 많았겠습니까?
서로에 대한 배려와 이해보다 정작 본인들의 감정들이
더 중요하고 이기적인 생각으로 헤어지는 부부들이 늘어나는 지금의
현실 앞에
살아온 세월이 만들어 놓은 익숙함은
당연함으로 받아들이고
"고맙다, 미안하다"라는
표현 대신 뜨신 밥에 좋아하는
반찬 상대 앞에 밀며
" 맛이 어떻소?" 라며 물으면
" 당신 해 주는 거야 언제든 맛있지"라며
맛있게 먹어주는 게 긴 세월을 함께 하고 있는 부부의 사랑의 표현이 아닐까? 싶습니다
오늘도 엄마는 밉상(?)남편을 위해 '뭘? 해주나?'를
고민하며 찬거리 걱정에 마트 카트기를 밀며 마트 안
이곳저곳을 누비며 " 뭐 하다 늦었냐?"는 아버지의 걱정 어린 잔소리를 들었다며 투덜거리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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