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유언
" 세상에 천사가 있다면 네 큰고모일 거다"
엄마는 늘 당신의 시누이이자 나의 큰고모를 가리켜 이런 말씀을 합니다
올해 87세의 고모는 마른 몸에 다들 그 나이 때면 하는 허리 협착증이나 무릎 관절 수술 한 번 한 적 없고 귀가 쪼금 안 들리는 불편함 말고는 하얗게 물든 머리카락을 멋지게 손질해 빗어 넘겨 곱게 나이 드신 모습을 하고 계십니다
5남매의 장남이자 장손인 고모부댁에 집안 어른의 소개로 시집을 갔더니 아직 어린 시동생과 시누이가 있고 당신 자식 4명까지 더해 대학공부 시키며 바쁘게 살다 보니 친정인 저희 집에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며 미안해합니다
하지만 엄마는 큰고모를 생각하면 늘 마음 한구석이 아프다며 너희 고모 같은 사람 세상에 없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습니다
편한 직장 그만두고 나와 사업한다고
가족들을 힘들게 한 고모부 때문에
함께 사는 고모 입장에서도 이것저것 돈 되는 것은
다 하며 오랜 시간 힘들게 살았는데도
친정인 저희 엄마 아빠께 전혀 내색 안 하셨다고 합니다
시간이 많이 흘러 엄마는 다른 사람을 통해 이 소식을 듣고 고모께 도움을 드리려 했으나 고모는 사실이 아니다며 거절하셨다고 합니다
세월은 흘러 저도 결혼을 하고 자식 낳고 살다 보니
바쁘다는 핑계로 고모께 안부 전화조차 못 하고 살아왔는데
얼마 전, 엄마가 전화가 왔습니다
" 고모가 전화와 네가 보고 싶다고 하는데 다가오는
주말에 시간 되면 찾아뵐 수 있겠니?"
" 고모 연세가 올해 87세이니 어디 아프시나?"
순간 걱정과 함께 알겠다고 말씀드리고 어제 고모님 댁을 다녀왔습니다
지금은 전원생활을 하시는 고모댁을 들어서며
" 고모~~~"라고 부르니
" 아이고, 우리 미야 왔나?"
라며 팔 벌려 안으며 너무나 반갑게 맞아 주십니다
고모의 안내로 주변 맛집에서 맛난 점심을 먹고 난 뒤
햇살 좋은 마당에 앉아 차를 마시며 지난 시간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데 고모가 봉투 하나를 저에게 내밉니다
" 너희 할머니(고모께는 엄마인)가 돌아가시기 전 나에게 당부한 말이 우리 미야 오면 용돈 잊어버리지 말고 챙겨줘라" 라며 나이가 50을 훌쩍 넘긴 조카를 위해 챙겨 두었다며 용돈 든 봉투를 저에게 주십니다
전 온몸을 다 해 거부하며 제가 챙겨간 용돈을
고모께 드릴려니 절대 안 받으시겠다며
지금의 제 나이에 세상과 이별하신 제 할머니의
유언이라며 고모는 기어이
용돈 든 봉투를 제 손에 꼭 쥐어 주십니다
뭔지 알 수 없는 눈물이 흘러 "고맙습니다"라는 말보다 제 살길 바쁘다는 핑계로 자주 연락 드리지 못 한 미안함에 눈물만이 흘렀습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엄마 아빠의 눈에도 눈물이 촉촉이 젖어 있었습니다
한동안, 돌아가신 할머니의 모습을 떠 올리며 아빠, 엄마, 고모는
지나온 시간 속 이야기에 힘들었지만 즐거웠던 시간을 이야기하면서 행복한 표정이었습니다
아마도 이야기 속 그때는 지금보다는 가난했지만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하고 있었을 테니 말입니다
" 고모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세요
그리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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