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자꾸 명령(命令)을 한다
봄을 재촉하는 비가 내리고 모처럼 햇살이 내려앉은 나뭇가지에는 파릇파릇한 잎들이 눈에 뜨입니다
갈듯 갈듯 가지 않고 있던 찬바람도 가고 나면 올 듯 올 듯 오지 않고 애간장 태웠던 봄바람에 두꺼운 외투 벗어두고
가벼운 옷차림으로 햇살에 이끌리듯 발걸음 가볍게 동네 한 바퀴 마실 다녀 와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가을 추수가 끝나고 마시멜로 모양의 건초더미들이 나뒹굴던 농촌들녘도 봄이 오면 모내기를 위해 땅을 갈아엎고 겨우내 얼어있던 밭에는 두둑을 쌓아 각종 식물의 모종과 씨앗을 심어봅니다
매실나무, 감나무, 밤나무 가지엔 꽃을 피워 열매 맺을 준비를 하고 참나무 구멍 뚫어 주입한 종균에서는 표고버섯이 모양을 잡고 달려 있고 두릅나무 가지마다 초록의 새순이 자라 나오면 가시에 찔리지 않게 조심해서 따 팔팔 끓는 물에 데쳐 초고추장에 찍어 입 안으로 넣으며 봄이라는 계절이 가져다준 선물에 감사함을 느낍니다
이 세상과 영원한 이별을 하신 시어머니를 대신해 지난 주말
주인 잃은 논에다 감자를 심고 왔습니다
시골로 향하는 길에 시골 장에 들러 감자 모종도 사고 꽃무늬 장화도 한 켤레 샀습니다
난생처음 해 보는 모종 심기!
감자눈을 중심으로 감자모종을 잘라 높게 쌓아 올린 두둑에 구멍을 내 잿가루에 소독한 감자모종을 심고 흙을 덮어 주었습니다
앉았다 일어났다를 반복하며
무거운 엉덩이를 들어 올릴 때면 "아야야"소리가 절로 나왔지만
모종샵 움켜쥐고 하나하나 모종을 심고 흙을 덮어줄 때마다 "잘 자라"라는 주문도 외쳤습니다
한고랑, 두고랑, 세고랑, 네고랑, 다섯 고랑에 모종을 다 심고 허리를 펴니 온몸은 천근만근이고 옷에는 흙먼지로 뒤덮여 있었습니다
무겁고 힘든 몸과 달리 시간 지나 줄기마다 대롱대롱 매달려 있을 감자를 생각하니 기대와 함께 흥분도 되었습니다
비어 있는 땅에 또 뭐 심을까?를 생각하며 봄은 땅에 생명을 심으라 자꾸 명령(命令)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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