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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旅行)

맏며느리 2024. 6. 6. 17:22

      
대학을 졸업하고 1년여라는 시간이 지나니 딸아이가 조바심을 냅니다

"백수라  매일이 휴일 같으니
날짜 개념을 모르겠네..."
라며 지금 처한 자신의 상황을 답답해하며 이야기합니다

"사회생활 안 하고 있어서 그렇지 막상 사회생활하고 있으면 지금 이 상황들이 그리울걸 그러니 지금 이 시간을 즐겨"
라며 아무렇지 않은 듯 딸아이를 달래 봅니다

사실, 얼마 전까지 상반기 취업 준비로 정신없이 바빴던 녀석은 면접에서 결과에 실망하고 많이 상심(傷心)해 하기에 아이의 마음을 달래주고자 여행을 떠나자며 제안을 했고 며칠 전 집을 떠나 왔습니다

목적을 두고 떠난 여행길이 아니었기에  딸아이 마음을 살피 느라 여행의 설렘은  접어둬야 했습니다

2박 3일의 일정으로 제주도를 여행지로 잡고 자유롭게 이곳저곳 구경하고 오자며 딸아이에게 일렀는데 제 딴에는 이런 엄마의 마음을 눈치채고는
비행기 티켓팅부터 숙소 그리고 맛집 예약과 관광지 검색부터 버스 노선과 시간까지 꼼꼼하게 검색하여 나를 데리고 다닙니다

어릴 적, 부모 손에 이끌려 무작정 따라다니던 녀석이 이젠  역할이 바뀌어 나를 데리고 다닙니다

그런 딸아이 앞에서 "다리 아파"
"갈증 나" "배고프다"라며  내가 투정을 부리고 떼를 씁니다

"울 엄마 많이 늙었네, 여기서 더 나이 들면 못 데리고 다닐 텐데
빨리 내가 돈 많이 벌어 부지런히 데리고 구경 다녀야 할 텐데..."라며 말끝을 흐립니다

"ㅎ 정말이지? 약속했다 "
라며 아이 앞에서 호들갑스럽게 기분을 띄웠더니 사회에 나가기 위해 노력했던 일들이 계획대로 되지 않아 속상하고 힘들었던 시간들을 이야기합니다

"좋은 일 뒤에 나쁜 일, 나쁜 일 뒤엔 좋은 일 있는 거니까, 앞으로 우리 딸 앞엔 좋은 일만 있을 거야, 돈 워리 비 해피" 라며 웃으며 딸아이의 손을 꽉 쥐자 눈에 눈물방울이 맺힙니다

제주공항에 도착해 전복솥밥으로 여행에서의 첫끼를 해결하고,
수산봉에서 나무 그네를 타며 나쁜 기분들을 날려버리고,
곽지해수욕장 근처 숙소에서 여행 첫날을 보내고,
다음 날은 협재해수욕장의 하얀 모래밭길도 걷고,
함덕해수욕장 서우봉 둘레길을 걸으며,
높은 곳에서 낮은 곳을 내려 다 보며 목표를 향해 열심히, 치열하게 살아가다 보면 언젠가 정상에 닿아 있듯이 그리고 세월지나면 언젠가는 정상에서 내려와야 하듯 우리네 삶 또한 오를 때가 있으면 내려와야 하는 저 산봉우리와 닮아 있다고 하자 마치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입니다

동제주도와 서제주도  외곽 주변을 걸어 다니며 피어 있는 꽃들도 찍고 자연을 배경 삼아 딸아이와 함께 웃으며 사진에 우리의 추억을 담아봅니다

일기예보와 다르게 내리는 빗방울을 미리 준비해 가져 간 우산으로 막으며,
우리네 삶도 예기치 않은 일들과 맞닥뜨리게 되면 그 일들을 해결하기 위한 지혜가 필요하 듯, 평소 많은 책을 읽고, 많은 걸 경험하고, 많은 이야기를 듣다 보면 그 속에서 삶의 지혜도 해결 능력도 생긴다는 걸  여행길을 걸으며 이야기 나누어 봅니다

삶을 영원한 머무름이 아닌 잠시 쉬었다 떠나는 여행에 비유하는 것처럼 너무 애쓰지 말며 매일을 여행처럼 살아가다 보면
눈에 보이는 것이 새롭고, 만나는 사람들이 반갑고 하는 일들이 설렘으로 다가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딸아이와의 여행 마지막  날을 마무리하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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