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집 시누이
" 난 시자(字) 들어간다는 시금치랑 시래기는 입에도
안 대잖아"
"시자(字) 들어가는 사람들은 왜 그런지 몰라, 아무리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자기들도 남의 집 며느리일 텐데 말을 고따구로 하는지"
집안행사나 모임 등이 있고 나면 뭐라는 시엄니보다 말리는 시누이의 말 때문에 화가 나 친구들과의
모임에서 한풀이하듯이 속상했던 걸 풀어냅니다
"네 얼굴에 침 뱉기다 어디 가서 시댁식구 흉보는 거 아니다"
라는 친정부모님의 훈계(訓戒)에 처음 결혼해서 한동안 입 닫고 살다
결혼생활이 26년이 지났고 50을 훌쩍 넘긴
나이에다 갱년기까지 겹쳐 감정의 기복도 심하고 더군다나
마음속에 응어리가 병이 되고 암덩어리까지 생기니
어딘가에 풀어야 숨을 쉴 수 있을 것 같아
친정 부모님의 말씀을 잊고 살아갑니다
가을 추수철이 지나고 나면 저희 시댁은
묘사(墓祀)라며 돌아가신 분들의 윗대 제사를 지냅니다

보통의 경우는 집안의 재각(齋閣)에서 제사를 지내는데 그런 곳이 없다 보니 저희 시댁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묘사음식뿐 아니라 묘사를 지내러 오시는 분이 30명이 넘다 보니 그 음식을 저 혼자서 장보기부터 음식 하기 그리고 사람들 뒤치다꺼리까지 다해야 합니다

사촌동서나, 나이가 그리 많지 않은 숙모님들도
계시지만 누구 하나 도와주는 사람 없고 묘사(墓祀)를 지내고 난 뒤 그 많은 사람들의 식사까지 챙기기 때문에 적지 않은 스트레스를 받는 건 사실입니다
그래서 그 부분에 대한 불만을 얘기했더니 남편의 누나(형님)가
" 좋은 일 앞두고 투덜거리지 마라"
라며 그런 소리를 바로 제 앞에서 합니다
그 당시에는 아무런 얘기 못하고 속으로만
'뭐 저딴 소리를 하지, 묘사가 좋은 일인가?
본인은 묘사와 관련해 한 번도 일을 안 해 본 사람이
참 공감능력 떨어지는 얘기 하네'
하는 생각에 무척 화가 났습니다
요즘, 내 주변을 둘러보아도 명절 제사도 안 지내는 집들이 많다 보니 묘사 지내는 집은 찾아보기 힘들지만 지낸다 하더라도 산소에 가서 돌아가신 분들에 대한 예(禮)를 다하기 때문에 집에서 음식하고 사람들 뒤치다꺼리까지 하는 집은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본인 집에 시집와서 고생하는 올케에게 적어도 " 네가 고생이 많네, 수고한다"라고 말을 건넸다면 그 말을 듣는 사람 입장에서 " 아닙니다 "
라며 힘들더라도 기분 좋게 일을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과 본인도 남의 집 며느리일 텐데 어떻게 그렇게
얘기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말이란 '아'다르고 '어'다르다고 했습니다
말하기 전 상대의 입장에서 한 번만 생각하고 얘기한다면 사람과의 관계에 갈등은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남편으로 인해 맺어진 시어머니와 시누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사람들과의 관계가 좋은 관계가 되는지, 불편한 관계가 되는지는 다 말 한마디에서 시작되지 않나 싶습니다
주변에 사이좋은 시누이와 올케들을 보면 본인 집에 시집온 올케들의 입장을 이해해 건네는 따뜻한 말 한마디에서 비롯된다는 거였습니다
모든 인간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건네는 말 한마디에 누군가는 화가 나고, 누군가는 힘을 얻는다는 걸 안다면 오늘 하루 사람들과 나누는 대화에 힘이 되는 말로 기분 좋은 하루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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