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편
어른의 자리
세상에서 제일 재미나다는 구경이 2가지가
있다고 한다
하나는 불구경이고 나머지 하나는
싸움구경이라고 한다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가다 보면 그 안에는
늘 갈등이 있다
나이가 들수록 내가 아닌 상대를 더 이해하고
배려할 줄 알았는데 나만 아는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사고만 늘어간다는 게 주변의 나이 든 어른들을 뵈면 그렇다
물론 그렇지 않은 분들이 훨씬 많지만
오늘도 목욕탕 오픈런에 자리다툼까지 할머니들
간의 싸움은 매일 반복된다
유방암 수술로 가슴 한쪽이 없어 신 배 씨 할머니와
허리가 휜 구미할머니의 티격태격은 마치
내가 초등학교 저학년 때 책상에 선(線)을
그려놓고 옆에 짝지가 넘어오면 팔꿈치로
밀쳤던 모습이 떠오른다
배 씨 할머니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는 듣지 않고 본인 이야기만 한다는 특징이 있다
게다가
아파트 사람들만 이용하는 목욕탕 안에
이른 아침 출근하려고 분주한 사람들 틈에 꼭 본인 목욕용품으로 표시를 해 두고는 다른 사람은
사용 못 하게 한다
요즘 젊은것들은 자기밖에 모른다는 둥
어른들을 공경 안 한다며
아침부터 주변사람들에게 불편함을 준다
그리고 친절을 강요하는 경향이 있다
상대가 "할머니 등 밀어드릴까요?"라고 묻기도
전에 출근 때문에 바쁜 사람들에게 "등 좀 밀어라"라며 부탁이 아닌 강요를 한다
게다가 대 수술로 허리가 유난히 휘어진
구미할머니께는 "너는 너 밖에 모른다"며 남들이
당신께 하고 싶은 말을 그렇게 쏘아 부치시며
기분 좋게 하루를 시작해야 할 아침부터 싸움을 건다
이에 구미할머니도 기분이 나빠 참지 않고 감정을 표출하다 보니 두 어른으로 인해 이른 아침
특히나 요즘 같이 추운 날 따뜻한 탕에서
깨끗하게 씻고 기분 좋게 하루를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 불편한 곳이 되어 버렸다
친절과 배려는 마음에서 우러나와하는 행동인데
그러한 행동까지 강요하는 어른들의 모습이 못마땅하다
어릴 적 부모님들은 늘 그러신다
"어른을 공경(恭敬) 해야 한다"라고
하지만 요즘은 나이가 많다고 다
공경의 대상은
아닌 것 같다
어린아이에게도 배울 점이 있고
나이 든 어른의 잘못된 행동에서는
'난 저렇게 나이 들지 말아야지'하는 다짐을 하게 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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