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든다는 건 ~
단순히 지금의 내 나이의 숫자에
또 숫자가 더해진다는 건 아닙니다
살아온 세월의 깊이만큼
삶의 무게도 함께
더해져 한숨 쉬며 보냈던
시간에 대해
웃음이라는 보상이 더해져
그렇게 나이 들어가는 것 같습니다
죽을 만큼 고통스럽던 일도
견딜 수 없을 만큼 화나는 일도
배꼽이 빠질 만큼 즐거운 일도
사람들과 함께 해야만 느낄 수 있는 일이고
비록 사람으로 인해 받는 고통이나 괴로움이
아무리 크다한들
한 때는 그 사람으로 인해
즐겁고 행복한 시간도
있었을 것이고
지금 나를 힘들게 한다고
지금 나를 괴롭힌다고
외면한 채 살아갈 수는 없습니다
그 사람으로 인해 내가 한 층 더 성숙되고
견딜 수 있는 힘을 가지게 해 준 것에
감사해하며
아무리 진흙탕에 더럽혀진 꽃이라도
우린 그것을 꽃이라 부르듯
지금 당장 나를 인정해 주고 알아봐
주지 않는다 하여도
내가 아무리 잘났다한들
하늘아래 놓인 것은 다
마찬가지인걸
시간이 지나면 아무것도
아닌 일들
그냥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사랑하며 살아가야 합니다
"겪어보지 않고는 몰라, 나이 들면 온몸이 쑤시고 아파, 얼마나 아픈지 잠을 잘 수가 없어"
무릎 연골 수술로 무릎에 수술 자국이 또렷한 84세 어르신께서 당신 무릎을 쳐다보며 하신 말씀입니다
"우리 영감이 죽을 때가 되니 온몸에 멍자국이 생기더니 요즘 파스만 붙였다 떼도 피부에 상처가 나고 부딪친 줄도 몰랐는데 몸에 멍이 나 있어, 나도 죽을 때가 다 되어 가는 거지"
87살 어르신께 사우나에서 등을 밀어드리며 몸에 상처는 어떡하다가 생겼냐고 여쭸더니 하시는 말씀입니다
" 아야야 아야야... 아야야야..."
나이가 들어가면서 버릇처럼 입 밖으로 되뇌게
되는 이 소리는
어릴 적 '어른들은 왜 저리 아프다고 하는 걸까?'라며 이해하지 못했는데
어느새 제가 그러고 있습니다
나이를 먹어간다는 것은 이 세상과의 이별이 가까워진다는 의미 일 것입니다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이 세상에 태어나, 수많은 선택 앞에서 갈등하면서 수많은 날들을 경쟁하듯 살아오다,
한숨 돌려 뒤를 보니 앞으로 살아갈 날들보다 살아온 날들이 더 많은 나이가 되어 갑니다
그러다 보니 몸 이곳저곳에서는 아프다며 아우성을 칩니다
눈은 노안(老眼)으로 멀리 두고 보아야 잘 보이고
노인성 난청으로 리모컨 볼륨의 숫자는 자꾸 높아만 가고 걸음걸이와 내 몸을 지탱해 주던 무릎의 연골은 다 닳아 통과의례(通過議禮)처럼 나이가 들면 무릎 연골 수술의 흔적을 남기게 되고 굽어진 허리와 약해져 가는 다리힘 때문에 지팡이에 몸을 의지해야 하는 시간들이 다가옵니다
태어나 주어진 시간 안에서 열심히 살아온 것 밖에 없는데 얼굴의 주름과 허옇게 변한 머리카락까지 더 해 지나온 시간은 사람의 몸과 마음 모두 나이 들게 만듭니다
" 내 나이 60이 되니 이유 없이 우울증이 찾아와 괜스레 눈물이 나고 서럽더군, 이제는 먹고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동안 열심히 살아온 세월에 대한 보상으로 살아가야겠다 싶어 아침저녁 운동 열심히 하고. 없던 취미생활도 가지고 즐겁게 살아보려고..."
자식들 다 출가시키고 이제야 한숨 돌릴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며 나이 드니 이런 좋은 점도 있다며
인생의 반환점인 60을 넘기신 분이
들려주신 얘기입니다
몸 여기저기 아픈 곳도 많아지고 의술의 힘을 빌려 남아 있는 세월을 살아가야 하기에 나이 드신 어른들을 뵐 때면 "건강하십시오"라며 인사를 드립니다
하지만 어찌 보면 몸보다 마음의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게 무기력하고 삶의 의욕마저 잃게 되니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에 감사하며 즐겁고 행복하게 살아간다면, 늙어 간다는 게, 나이 들어간다는 게, 그리 슬픈 일 만은 아닐 겁니다
삶의 긴장감 풀고 여유와 웃음이 함께 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으니 계절의 변화에 감탄하며 함께하는 사람들과 정(情) 나누며 외롭지 않고 건강하게 살아간다면
나이 들어가는 게 꼭 두렵지 만은 않을 겁니다
맑은 하늘 한 번 쳐다보며 지치고 아픈 몸과 마음에
여유라는 처방받아 오늘도 건강하고 행복한 시간 보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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