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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귀다'

맏며느리 2024. 4. 30. 08:29

"시간 되면 차 한 잔 해요"
오고 가며  얼굴을 익혀 알고 있는 사람들이 으레 인사치레로 하는 말입니다

"우리 언제 식사 같이해요"
어느 정도 친분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으레 인사처럼 내뱉는 말입니다

많은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면서 마음을 터 놓고 이야기할 사람을 만나기가 쉽지 않은 나이가 되었습니다

게다가 오랜 시간이 만들어 놓은 익숙함이 이해의 넓이로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저 사람 그렇게 안 봤는데 왜? 저래?'라며 만남에 불편함이 생기면서 그 사람과 거리를 두려 합니다

누군가를 사귄다는 것은 얼굴을 익히며 친하게 지낸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친구를 사귀든, 좋아하게 된 그 누군가를 사귄다는 것은 낯설었던 누군가와 친하게 지낸다는 뜻일 겁니다

학교라는 공간에서 친구라 부르며 사귀었던 사람들은 그 어떤 이유나 목적 없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학교 앞 분식집에서  떡볶이랑, 라면 그리고 튀김을 함께 먹으며 이유 없이 즐겁고 이유 없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매일 아침 등굣길이 즐거웠고 밤늦도록 함께 공부하다 집에 오늘 길이 무섭지 않아 좋았습니다

하지만 학교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사회 속에서 만나게 된 낯선 사람과의 관계는 쉽게 사귀어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자아가 형성된 성인들은  어떠한 목적과 이해관계로 형성이 되다 보니 관계자체가 목적이 이루어지면 그 관계가 오랫동안 유지되기는 힘이 드나 봅니다

게다가 흐르는 세월은   마음을 주고받기가 쉽지 않은 나이가 되다 보니 나이 들어 사람 사귀는 것이 두렵기 까지 하나 봅니다

"독서모임에도 나가고 학교 영양사로 40년을 넘게 부산에 정착해 살아오면서도 마음 주고받을 친구 한 명을 못 사귀었는데
이제부터 마음을 주고받을 수 있는 친구가 생겼다고 서울에 사는 친정식구들과 시집간 딸아이에게도 자랑했어요"
라며 저에게 고백을 하시는 분이 계십니다

사랑고백도 아닌데 마음이 '심쿵'하더니 가슴이 설레었습니다

음식을 나누어 주시면서도
카톡이나 정성스레 쓰신 손편지도 함께 넣어 주십니다

그래서인지 주시는 음식을 먹을 때면 감동이라는 조미료 때문인지 맛이 배가 되어
"맛있다"소리가 저절로 나옵니다

마음을 표현하는 게 어색하기도 하지만 언젠가부터 인색해져 버린 나이가 되어가고 있는 중년입니다

사춘기보다 더 무섭다는 갱년기까지 더 해 롤러코스트 같은 감정의 기복들은 하루에도 여러 번 바뀌고

살아온 세월이 만들어 놓은 자신만의 생각과 고집 그리고 불안한 마음은

새로운 누군가를 사귄다는 걸 망설이게 하지 않나 싶습니다

하지만, 누군가로부터 전해받는 마음의 표현은 기분 좋은 삶을 살아가는 원동력이 되기도 합니다

그러니 주변사람들에게 건네는 마음표현 아끼지 않아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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