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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니

맏며느리 2024. 1. 3. 20:40




결혼을 하면 날 낳아  주신 부모님 말고 또 다른 부모님이 생깁니다

나의 또 다른 어머니, 남편의 어머니인 시어머니!

전 시어머니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존경도 하지 않습니다

조그맣고 왜소한 체구의 시어머니는
80 평생을 지리산 밑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며 생활하셨습니다

시집을 가니  시할머니와의 갈등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저에게 마구  쏟아 내었습니다
게다가  생각 없이 내뱉는 말들 때문에  전 지금도  마음의 상처로 남아 있습니다

도시에서 나고  자라 시골생활이 서툰 나에게
" 시골 출신 며느리를 봐야 하는데 도시  며느리를
봤더니 속에서 천불이 난다" 며
그 소리를 바로 저 앞에서 대 놓고 하시더니,
딸만 둘이 낳았다고
" 가시나들만 낳아 집안이 재수가 없다" 며
집안 친지들이 모인 자리에서  그렇게 얘기하시며  못 마땅해하셨습니다

그런 시어머니가 얼마 전 치매 판정을  받고 인공관절 수술로 병원에  입원해 계십니다

수술 날,  어머니 침상  옆에 앉아 마취에서 깨어나기를 기다리며  이불 밖으로 나와 있는 어머니의 손을 잡으며  내 손의 온기를  나누자니 이런저런 생각들이 들었습니다

  평생을  농사일로  손톱밑 흙이 떨어질 날 없이  
시커멓던 손이  병상에 있다 보니 깨끗해져  있어
낯설게 느껴졌습니다

누워있는 모습을 들여다보고 있자니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습니다

당신 몸 그렇게  망가뜨려가며 평생 흙에 파 묻혀
악착같이  살아본 들 살림살이 하나 나아진 것   없이   늘어난 건  주름과 희미해져 가는 기억들 뿐이고  연골이 다 닳을 때까지 논이며 밭이며 이리저리 쫓아다니며 평생을 살아본들 좋은 세상 구경도  제대로 못 하고 이렇게 누워있는데  무엇 때문에  평생을  악에 바친 듯 살아오셨나며? 원망 섞인 질문을 던져 본들 이제 와서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마취에서 깨어나  내가 누군지도  모르겠다는
시어머니께 당신 큰며느리라고 알려드렸더니  소리 없이  눈물만 흘리십니다

이제는 치매 노인을 두고  원망 섞인 하소연도  미워하는 마음도   가질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생각 없는 말들로 나에게  상처 준  걸  생각하면  두 번 다시 보고  싶지도  않지만  그래도  또 다른 의미의 어머니이므로  자식 된 도리를 다 하고자 병실을 지킵니다

당신 기억 속에  지워져 가는 며느리이지만
이 세상과 이별하기 전까지는 그래도 건강하게  그리고 행복한 기억만 가지고 떠나시기를 마음 깊이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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