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편
새끼
75도 고온의 사우나 안 모래시계를 여러 번 뒤집어 놓아 제법 시간이 흘렀음에도 땀을 비 오듯 흘려도 삼삼 오오 옹기종기 모여 앉은 여자들의 수다는 끝이 없다
"우리 홍삼이는 친구들과 어울리지를 못 해 유치원 보내는 게 너무 힘들어요"
"우리 100억이는 너무 잘 따라 해 대견한데 "
"우리 동구 동미는 어찌나 부지런한지 새벽부터 일어나 나를 깨우잖아 좀 더 누워 있고 싶어도 현관 앞에서 나갈 준비하고 있어
내가 게으름을 피울 수가 없어"
"우리 문이랑 써니는 유치원에서 김장을 했다고 유치원 선생님이 동영상을 보내왔더라고요"

이들이 이야기하는 대화 속 등장인물들은 사람이 아닌 동물인 개(犬) 이야기이다
40대 초반의 여자들인 이들은 아이 대신 개(犬)를
자식으로 키우고 있다
나이 드신 어른들이 들으면 "개 유치원은 뭐고? 게다가 개가 김장을 한다고? "라며 어이 없어하시며 혀를 끌끌
차 실 내용의 이야기이지만
요즘의 젊은 세대들은 결혼도 안 하지만 결혼은 해도
아이 대신 반려견(犬)을 선택해 키우는 세대들이 많다
불확실한 미래에 아이를 낳아 키우는 것은 어리석다고 생각하고 아이 하나 키우는 데는 돈과 함께 희생도 필요하다 보니 두 사람 사이를 연결시키는 아이대신 반려견을 선택해 키운다고 한다
물론 가지고 싶어도 임신이 안 되는 불임 부부도
많지만
아이 하나 낳으면 부모는 물론이고 양가 어른들의 도움 없이는 안되고 말 안 듣고 떼쓰고 반항하고
부모를 고생시키는 것은 둘째로
치더라도 아이 키우는데 드는 돈이 어마 어마하다
보니 결혼해서 아이 낳아 키우다 보면 정작
본인들의 삶이 없다는 것이 요즘 30.40대들의 생각이다
그러다 보니 아파트 목욕탕에도 아이를 데리고
목욕 오는 사람이 있으면 한 번 더 눈길이 가고 임신한 사람을 두고는 '애국자'라며 찬사를 보내기까지 한다
"지 아비 닮아 죽어라 말 안 듣는 아들과 이쁘고 공부 잘하는 엄마 친구 딸들 이야기" 대신 요즘은 옆집 강아지나 개 이야기로 목욕탕 사우나 안이 수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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