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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의 자리

맏며느리 2024. 1. 14. 11:45

      
            
퇴근시간 무렵, 서면에서 지하철을 탔습니다

날씨가 무덥고 습해서인지 몸도 무겁고 많이 피곤했습니다

그래서 지하철을 타자마자 앉을자리를 찾게 되었고 빈자리가 하나 눈에 들어왔습니다

걸음을 재촉해 자리에 앉으려고 보니
분홍색 시트가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임산부석이었습니다

주위를 둘러보아도  임산부는 보이지 않고 눈 딱 감고  그 자리에 앉았습니다

불룩한 저  배만 보았을 때는 임신 3개월 이상은 되어 보이기에 그걸로 저를 합리화시키며 자리에 앉아 눈을 감아 버렸습니다

주변의 시선을 피하려 눈을 감고
수영역까지 왔습니다

순간, 눈을 뜨게 되었고  제  앞에 서 있는 여성분의
불룩한 배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반사적으로 벌떡 일어나 " 여기 앉으세요" 라며
그분에게 자리를 양보하고는  그 옆에 서서
동백역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여자분 옆에 서서  그 여자분을 다시
쳐다보니 그분 역시 그냥 배가 좀 과하게
나온 뚱뚱한 사람이었지  임산부는 아니었습니다

'젠장. 괜히 일어났잖아' 라며 순간 양보한 자리가
아쉬워  제 대신 앉은 여자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그나마 4 정거장만  서서 온 것을 위로했습니다

노약자석이나 임산부석은 본인이 해당되지 않으면
그 자리에 앉으면 안 되고 지하철 내부가 아무리 붐벼도 자리를 비워두어야 함에도 전 피곤함을 핑계로 그 자리에 앉았던 거였습니다

잠시동안의 편안함을 위해  양심에 털 난 행동을
한 저는 지하철에서 내려 집으로 오는 내내  
제 뒤통수에 대고
" 한글도 읽을 줄 모르나?
임산부 배려석이라고 떡하니 적혀 있구먼 쯧쯧..."
라며 누군가의 지적이 메아리 되어 제 마음을
불편하게 했습니다
불편한 마음을 떨치려
걸음을  재촉해 집으로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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