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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고 보니 모든 것이 순간(瞬間)이었다

맏며느리 2024. 1. 14. 21:49


" 엄마 이 사람 누구야?"

딸아이 손에서 건네받은 오래된
사진 속 인물을
  들여다보며

" 누구긴 누구야  나지"
" 이 사람이 엄마라고?"
믿기지 않는 표정으로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더니
사진 속 인물을 한 번 더 보고 나서
한 말에
어이가 없어 말문이 막혔습니다

" 도대체 무슨 일이 있어서, 지금  
이렇게 된 거야...?"

한들한들 거리는 코스모스 꽃밭에서
살포시 미소 띠며 웃는 모습으로
찍힌 사진 속  나는 20대 후반의  
젊고 날씬한 모습이었습니다



차오르는 흰머리가 눈에 거슬려
정기적으로
염색을 해야 하고
얼굴 중앙  미간 사이에
어느새 자리 잡고  있는
내천(川) 자의 주름을
펴려고 손가락에 힘을 줘 보아도
펴지지 않고
보톡스라는 약물을 주입하지
않고는 꿈쩍도 하지 않는
세월의 훈장은 하나씩 늘어만 가고

펑퍼짐한 차림의 옷으로 불룩해진
배와 처진 엉덩이를  감추고 살아가야
하는 50을 훌쩍 넘긴
지금의 모습에서  아이는
  젊은 날 엄마의 모습이라고는
생각을 못 했나 봅니다

" 야,~~ 그래도 그렇지  성형으로
얼굴이 변한 것도
아니고 단지 살이 쪼끔 찌고,
얼굴이 조금 커지고,
피부가 탄력이 없어 보이는 건 말고는
외할머니 외할아버지께서  물려주신
그대로 고만
자식이  돼서 엄마 얼굴도 못 알아보냐"며  서운해하자

" 요즘 그건 자랑이 아니야 ,
의술의 힘 빌려서
젊고, 이쁘고, 날씬하게 꾸미는 게
훨씬 보기도 좋아,
엄마도  좀 꾸미고 살아"

라며 아이는 지금의 내 모습에 대한
불만을 훈계(訓戒) 조로 얘기합니다  

' 치, 누구는 꾸미줄 몰라서 이러고
사는 줄 아냐?
저거들 낳고 키우느라 아등바등
살다 보니 세월이 이리 흘렀을 뿐인데
저거도 함 살아보라지'라며 혼자
중얼거립니다


가장 좋은 순간인, 찰나를 잊지 않으려
우린 카메라 셔터를 누르고 그걸
사진으로 남깁니다

세월이 흘러도 사진 속  나의 표정과
모습  그리고 주변은 변함이 없습니다
단지, 세월의 흔적만이 사진에
남아 있을 뿐입니다

길지 않은 짧았던 순간들이 모여
세월의 깊이를 만들어 놓습니다

그래서 여든의 나이를 먹고
살아가는 어른들께서
지나 온 세월을 잠시 자고 일어난
낮잠에 비유를
하나 봅니다

가슴 설레었던 만남도,
눈물 나게 슬펐던 이별도
, 가슴 벅차게  행복했던 날도
시간 지나고 보니 순간(瞬間)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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