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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맏며느리 2024. 1. 16. 07:56


                    
아침부터 비추는 햇살에 눈을 바로 뜰 수가 없습니다
오늘 우리에게 주어 진 하루도 눈이 부시게 밝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함께 해 봅니다

올해 여든 셋 살이 되는 저의 아버지!
삼시 세 끼를 집에서만 드시는 삼식이랍니다

외식은 일절 안 하려 하고 엄마가 해주시는 음식만 고집해 아직도 엄마를 힘들게 하고 계십니다

그래서 요즘 친정에 가면  친정엄마의 
"으이그 밉상"이라는 혼잣말을 심심찮게 듣습니다.

그 옛날 사람치고는 1m 83cm의 큰 키의 거구이신데  앞모습보다 뒷모습이 낫다는 소리를 주로 들으십니다
(ㅋ못 생겼다는 의미입니다)

그래서인지 젊은 날 여자문제로 엄마를 속 썩 인적은 없다고 합니다

제가 어릴 적 엄마 친구분이 집으로 전화해서 
아버지인 줄 모르고 남동생인 줄 알고
" 엄마 바꿔라"라고 하면
"우리 엄마요? 벌써 돌아가시고 안 계신데요"라고 해
엄마 친구분을 당황하게 만드시고, 돌아가신  할머니 할아버지 생각이 나시면  가족들 다 모인 식탁에 앉아
우리 형제를 가리키며
  " 너희도 엄마 아빠 있고, 당신도 장인어른 장모님 다 살아계시고 
내만 고아네"라며 소주잔  채우시며  ,  삼시세끼 밥 먹고 살면 되지라며  욕심부리지 말고 살아라는  아버지 때문에 엄마는 "너희 아버지는 돈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
다 이 살림 누가 이래 불맀는데"라며  욕심 없는 아버지를 향해 원망스러운 듯 얘기하면
"내가 와 돈을 몰라, 천 원짜리, 만 원짜리 오만 원짜리 다 구분하건만 바보도 아니고 와 돈을 모른다 그렇대나?"라며 엄마의 말문을 막아버리십니다

그런 유쾌하고 싱거운 소리 잘하시는 아버지가  이제
늙은 뒷방 노인네처럼 힘없는 모습을 하고는  자리에 앉았다 일어서는 것조차 힘들어하시고  아장아장
걷는 애도 아닌데  자작자작 걸음으로 늙어가는 자신의
모습에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며 세월의
야속함에 한숨지으십니다

아버지의 지나 온 세월 너머 분명 화려했던 젊은 시절은 있었을 테고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에 혼란스러운 적도, 삶에 대한 가치관에 흔들릴 때도
그리고 자신이 품어 온 꿈들에 대해 포기해야 했던 시간에 대해 후회스러움도 있었을 것입니다

 한가정의 가장으로 사회의 구성원으로 그 책임과 의무를 다 하며 살아오다 보니 어느새  쉬어가야 할 나이가 되고  마음과 달리 몸이 말을 듣지 않는 다며 자책하며 속상해하지만  분명 성실하게 그리고 정직하게 살아오셨기에 저희들이 그 그늘에서 지금 이렇게 살아가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모든 이 세상의 아버지들이 다 그러시겠지만
당신들의 청춘이 있어
지금 자식인 저희들이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는 거니 나이 드는 거 너무 서러워 마셨으면 합니다

살아온 세월이 당신의 
훈장(勳章)이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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