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어갈수록 두려운 게 다가오는 죽음이
아니고 외로움이라고 합니다
사는 동안 지지고 볶으며 밉니 곱니하며 몇십 년을 함께
살아온 부부 중에 한쪽이 먼저 곁을 떠나고 홀로
남겨진 사람은 함께 살아오는 동안 더
잘해주지 못 한 후회와 아쉬움에 마음이 혼란스러워 우울증까지 찾아오고 그러다 혼자라는 외로움이
견딜 수 없을 만큼 두렵다고 합니다
얼마 전부터 여든아홉 살의
곱고 정정하게 나이 든 친구(?)가 생겼습니다
슬하에 아들 셋을 두시고 남들이 다 부러워하는 학벌에 직업을 가지고 있는 아들들이고
당신도 없는 것 없이 다 가진 사람이지만 딱 하나 없는 게 딸이라며 세상에 딸 있는 사람이
제일 부럽다며 저를 딸로 삼고
싶다며 "이제부터 넌 내 딸이다"
라며 선언을 합니다
비싸고 맛난 음식도 사주시고
평소에 비싸서 제 돈 주고 살 수 없는 것을 사서 선물로 주시고
이것저것 생활에 필요한 것도 알뜰살뜰 챙겨 주십니다
저를 생각하며 옷감을 끊어 와 직접 원피스도 만들어 주시면서도
자꾸 뭔가를 챙겨 주십니다
받는 것이 그다지 익숙하지 않은 저로서는 나름 제가 할 수 있고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한 음식을 해서 드리면
맛있다는 표현과 감사의 마음을 잊지 않고 전하십니다
하루는 새벽 산책을 같이 가 줄 수 있냐며
조심스럽게 물어보시기에
전 흔쾌히 괜찮다고 대답했고 새벽 4시 30분
집 앞에서
만나 해운대 바닷가를 지나 LCT 아파트 밑 할머니복국집(24시간 영업)에서 새벽 5시 30분에
아침을 먹고 해운대 바닷가 백사장을 신발 벗고 맨발로 걸으며 아이처럼 웃고 얘기 나누다 집으로 왔습니다
오며 가며 친구(?)의 얘기를 들어주며
맞장구 쳐주기도 하고, 추임새도 넣어가며
길동무, 밥동무가 되어드렸더니
"이 늙은이와 친구가 되어 줘 고마워" 라며 마음을 표하십니다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가는 인간들은 젊을 때는 외로울 겨를이 없다고 여깁니다
부모 형제가 곁에 있고 친구들이 함께하고 그러다 결혼이라는 제도로 확대된 관계 속에 정신없이
살다 보면 혼자라는 외로움을 느끼지 못하고 살아갑니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자식들이 성장해 각자의 가정을 갖게 되면서 독립하고 인생의 동반자로 반세기를 함께 한 사람도 세월 속에 묻히게 되고 주변의 친구 동료들도 떠나갈 때 세상에 혼자 남겨졌다는 외로움에 많이 힘들다고 합니다
"운동으로 외로움을 떨치려 해도 나이가 드니 몸이
마음처럼 말을 안 듣고, 자식들은 다들 제 살길
바빠 행사 때가 아니면 얼굴 보기 힘들고
들어온 며느리라도 살갑게 자주 전화라도 해주면
좋으련만 배속으로 낳은 내 자식이 아니니 조금만 싫은 소리 하면 안색이 바뀌니 혼자 놀아야 하는데 주변에 친구들은 뭐가 급한지 다들 먼저 저 세상으로 가고 없어"
라는 친구(?)의 푸념에서 혼자라는 외로움을 느꼈습니다
인간은 외롭고 고독한 존재라고 이야기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있어도 외로움을 느끼는 게
인간이라 하였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받은 상처가 젤 크고 아프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지난 세월을 더듬어 떠 올리며 사랑했던 이들을
이야기하는 동안 친구(?)의 얼굴에 화색이 돋습니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상처 주고 외롭게 한 사람이라도 세월이 지나 추억을 이야기하는 동안은 외롭지 않아 보입니다
오늘도 전 새 친구(?)의 외로움을 달래주려 합니다

#새 친구 #외로움 #사랑 #상처 #인간 #세월 #추억
#가족 #고독 #부부 #부모형제 #죽음 #해운대
#화색 #사랑하는이 #아들 #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