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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징끼

" 아야~~~ 잉~~~" 뛰어가다 넘어져 무르팍이 까져 우는 아이를 달래며 집에 와 발라준 아까징끼 (머큐로크롬)이라 불렀던 빨간 소독약 다들 기억하십니까? 넘어져 까지거나 칼질하다 손이 베어 피가 나면 맨 먼저 약통에서 꺼내 상처를 소독했던 약입니다 아까(赤 붉은) 징끼(용액)는 붉은 용액이란 뜻의 일본어로 일제강점기 때 들여온 이 약은 몸에 난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가정마다 상비약으로 비치해 두고 사용했습니다 2004년 KBS에서 방영한 드라마 '꽃보다 아름다워'에서 우리 시대의 어머니역을 연기했던 고두심이라는 배우는 남편과 자식으로 인해 받은 상처로 인한 충격에 치매에 걸리고 마음이 아프다며 아까징끼(머큐로크롬)을 가슴에 바르는 연기로 많은 시청자들의 마음을 울려 그 해 연기 대상까지 받게 됩니다 ..

카테고리 없음 2024.01.05

각자의 몫

늘 뭔가를 하기는 하는 것 같은데 표도 안 나는 게 집안일입니다 일어나자마자 이부자리 정리한 다음으로 부엌 싱크대 앞에서 씻고 다듬고 썰어서 만든 찌개에다 볶고 지지고 한 밑반찬에 갓 지은 고슬고슬한 밥으로 식탁 위에 차려내고 나면 가슴보다 더 나온 배부분 주위로 얼룩진 물기 가득 찬 앞치마 털어내며 식탁의자에 털썩 앉으며 한 끼를 해결하고 나면 곧 숙제처럼 쌓여 있는 빨래와 청소 그러고 나면 곧 돌아오는 식사 때인 점심~~ 그리고 또 저녁~~ 그리고 하루를 정리해야 하는 밤이 옵니다 챗바퀴 같은 이런 일상 속에서 편한 말벗들과 어울려 남편 흉도 보고 자식걱정, 살아가는 얘기로 누리던 소소한 일상의 보너스 같은 시간을 누릴 수 없게 된 요즘입니다 "집에서 하는 게 뭐 있니?" "집에 있으면서 뭐가 그리 ..

카테고리 없음 2024.01.04

그리움

누구나 마음 한편 그리움 하나 간직하고 살아가지 않나 싶습니다 그 그리움의 대상이 부모님일 수도, 젊은 날 첫사랑일수도, 아님 조각조각 떠오르는 지난 추억일 수 도 있을 것입니다 식탁 위에 안 먹고 뒹굴고 있는 껍질색 변한 바나나를 보니 제 어릴 적 기억 하나가 떠 오릅니다 제가 초등학교 다닐 적 제일 비싼 과일이 바나나였습니다 그런데 저의 할아버지께서는 해방이 되자 가족들을 다 데리고 일본에서 한국으로 오셨다가 그 당시 나라가 혼란스럽고 우리나라에서 살아가기 막막한 상황이라 가족들만 남겨 두고 돈을 벌기 위해 밀양선을 타시고 다시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에서 생활하시다 돌아가셨습니다 그래서 1년에 봄, 가을로 저희 집에 일주일씩 묵어 가셨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 할아버지 덕분에 전 그 시절 일제 연필이며 ..

카테고리 없음 2024.01.04

어느 집 시누이

" 난 시자(字) 들어간다는 시금치랑 시래기는 입에도 안 대잖아" "시자(字) 들어가는 사람들은 왜 그런지 몰라, 아무리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자기들도 남의 집 며느리일 텐데 말을 고따구로 하는지" 집안행사나 모임 등이 있고 나면 뭐라는 시엄니보다 말리는 시누이의 말 때문에 화가 나 친구들과의 모임에서 한풀이하듯이 속상했던 걸 풀어냅니다 "네 얼굴에 침 뱉기다 어디 가서 시댁식구 흉보는 거 아니다" 라는 친정부모님의 훈계(訓戒)에 처음 결혼해서 한동안 입 닫고 살다 결혼생활이 26년이 지났고 50을 훌쩍 넘긴 나이에다 갱년기까지 겹쳐 감정의 기복도 심하고 더군다나 마음속에 응어리가 병이 되고 암덩어리까지 생기니 어딘가에 풀어야 숨을 쉴 수 있을 것 같아 친정 부모님의 말씀을 잊고 살아갑니다 가을 추수철이..

카테고리 없음 2024.01.04

생애 마지막 가을 걷이

"밭에 무시(무)가 알맞게 자랐을 건데 갖다 먹어라" 휠체어에 몸을 기대고 팔에는 주삿바늘을 꽂고는 안타까운 모습으로 당신을 바라다 보는 자식들을 향해 19살에 시집와 여든두 살이 되도록 지리산 밑 척박한 땅에 논과 밭을 일구며 몇 주전 쓰러질 때까지 일하셨던 시어머니는 여름에 파종해 두었던 무와 배추가 혹여 상할까 봐 염려가 되어 자식들에게 당부를 한다 봄이 오기 전이면 당신의 놀이터이자 삶의 터전인 텃밭에다 돈이 될 만한 씨를 뿌리기 위해 땅에 거름을 주고 밭을 다져 놓고는 봄이 되면 씨앗을 뿌려 여름이면 부추, 가지, 고추를 따고 감자, 양파를 캐 자식들과 주변사람들과 나누고 겨울 김장을 대비해 배추, 무, 파를 심어 둔다 여름에 파종한 배추는 시퍼런 잎들이 노란 잎들을 감싸며 먹으직스러운 모습으로..

카테고리 없음 2024.01.03

시어머니

결혼을 하면 날 낳아 주신 부모님 말고 또 다른 부모님이 생깁니다 나의 또 다른 어머니, 남편의 어머니인 시어머니! 전 시어머니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존경도 하지 않습니다 조그맣고 왜소한 체구의 시어머니는 80 평생을 지리산 밑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며 생활하셨습니다 시집을 가니 시할머니와의 갈등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저에게 마구 쏟아 내었습니다 게다가 생각 없이 내뱉는 말들 때문에 전 지금도 마음의 상처로 남아 있습니다 도시에서 나고 자라 시골생활이 서툰 나에게 " 시골 출신 며느리를 봐야 하는데 도시 며느리를 봤더니 속에서 천불이 난다" 며 그 소리를 바로 저 앞에서 대 놓고 하시더니, 딸만 둘이 낳았다고 " 가시나들만 낳아 집안이 재수가 없다" 며 집안 친지들이 모인 자리에서 그렇게 얘기하시며 못..

카테고리 없음 2024.01.03

몸빼 바지

1년 중 유독 5월이면 많은 행사들로 인해 몸과 마음뿐 아니라 주머니 사정도 여의치 않습니다 석가탄신일과 어버이날이 겹쳤던 5월의 휴일 시댁을 방문했습니다 "얘야, 이거 너 입어라~~" 여든한 살의 시어머니가 내미시는 손에 들려 있는 붉은 꽃가라 몸빼 바지를 보며 당황한 미소를 숨기며 " 어머니 이게 뭐예요?"라며 묻자 " 니 형님(시누)이 나 입어라고 사 줬는데 하도 이뻐 니 줄라고 안 입고 놔뒀었다 함 입어봐라" "아~~~~~~~예" 라며 선뜩 입고 싶지는 않았지만 마지못해 갈아입고 나왔습니다 140cm 정도의 키에 38kg 몸무게를 지닌 어머님에 맞춰 산 바지여서인지 덩치가 2배? 는 더 큰 제가 입었더니 엉덩이 부분은 아주 살짝?, 끼이고 길이는 짧아 장딴지가 보일락 말락 해 바지를 밑으로 내리면..

카테고리 없음 2024.01.03

엄마만의 조제 약

어릴 적 감기로 콜록되면 엄마는 콩나물에 김치 넣고 푹 끓여낸 뜨거운 국에 밥 한 그릇 먹고 한숨 자고 나면 낫는다며 약 대신 엄마만의 처방법으로 조제한 음식을 식탁에 내놓으셨다 연말 여러 모임으로 무리해서 인지 몸 이곳저곳이 쑤시고 아팠다 그래서 냉장고 속을 뒤졌더니 콩나물도 보이고 무도 있기에 냉동실 국거리용 소고기 한 움큼 꺼내 고춧가루 참기름에 달달 볶아 빨간 국물 우러나오는 소고기 국을 끓였다 북어포, 다시마로 육수 만들어 두었던 물을 붓고 청양고추 하나 다져 넣고 된장찌개에 넣고 남아 있던 표고버섯도 잘라 넣고 끓였더니 칼칼하게 맛있다 그리고 국물 간을 위해 엄마가 담으신 액젓 두 스푼에 마지막으로 참치 액젓으로 간을 맞췄더니 국물맛이 끝내준다 뜨근한 국에 밥 한 공기 말아먹고 나서 약 입에 ..

카테고리 없음 2024.01.03

막걸리가 생각날 땐 부침개

결혼생활 28년, 지리산 청학동 밑 종갓집 맏며느리로 시집가 제사 때마다 고무대야(사투리로 다라이)에 반죽해 부침개를 부쳐내다 보니 부침개 부쳐 이웃들과 나누면 늘 듣게 되는 "장사해도 되겠다" "부침개집하면 대박 나겠는데"라는 이야기들입니다 (자랑 같아 민망하네) 냉장고 속 야채칸에 잔파 조금, 애호박 반개, 청양고추 4개 정도가 보이면 잔파 적당한 크기로 쓸고, 애호박 채썰기 하고, 청양고추 다져 넣고 찰밀가루 200ml 정도의 종이컵 가득 한 컵에 튀김가루도 종이컵 한 컵으로 반반 섞어 넣어 반죽을 한다 반죽 시 해물이 없을 때는 멸치, 다시마, 무 넣고 끓여낸 다시물을 부어도 되고 냉동실에 남아 있는 해산물이 있으면 넣어줘도 되는데 며칠 동안 반죽해 두고 먹으려면 건새우 갈아 넣는 걸 추천한다 그..

카테고리 없음 2024.01.02

새해가 밝았습니다

2024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갑진년 푸른용이 여의주를 입에 물고 하늘로 오르 듯 2024년을 밝게 비추는 해가 하늘 위로 떠 올랐습니다 떠오른 새해에 저마다 손을 모으고 간절한 바람을 담아 빌어 봅니다 건강과 행복 그리고 무탈한 한해를 바라봅니다 새해를 보기 위해 아파트 39층 라운지에 모인 사람들과 새해 새아침 간단한 다과(茶菓)를 주고 받으며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덕담(悳談)도 나누며 이웃간의 정(情)도 주고 받아봅니다 그리고 집에 돌아 와서는 나이 한 살 더 먹은 의미로 떡국을 끓여 먹으며 올 한해 각자 바라는 목표를 향해 최선을 다하자며 그리고 건강하자며 가족들과 다짐을 합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새로운 1년이라는 시간동안 최선을 다하리라 다짐하며 시작해봅니다 Ready Go~~~~^ #20..

카테고리 없음 2024.0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