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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잇값'

흔히들, 생긴 얼굴에 비해 말과 행동이 거칠고 천박한 사람을 두고 우린 '얼굴값 못 한다'라고 얘기합니다 제 몫의 일을 다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사람을 두고는 '밥값도 못 하는 사람'이라고 낮추어 말합니다 그리고 나이에 맞는 책임과 도리를 다 하지 못했을 때 우린 '나잇값도 못 하는 사람'이라는 질책을 받습니다 나이란 게 세월이 흐르면 그냥 주어지는 숫자는 아닙니다 흐른 시간만큼 살아온 세월이 만들어 놓은 시간 안에서 겪은 삶의 희로애락이 모여 지금의 우리의 나이가 되어갑니다 유년기, 청소년기, 성년기를 거쳐 중년이라는 나이를 먹고 살아오면서 삶이 주는 수많은 과제들을 해결하려 노력하며 시시때때로 찾아오는 위기와 위험들을 극복하려 발버둥 치면서 아직도 남아 있는 삶의 가치에 답하려 열심히 살아왔고 또 살아..

카테고리 없음 2024.05.27

'사귀다'

"시간 되면 차 한 잔 해요"오고 가며  얼굴을 익혀 알고 있는 사람들이 으레 인사치레로 하는 말입니다"우리 언제 식사 같이해요" 어느 정도 친분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으레 인사처럼 내뱉는 말입니다많은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면서 마음을 터 놓고 이야기할 사람을 만나기가 쉽지 않은 나이가 되었습니다게다가 오랜 시간이 만들어 놓은 익숙함이 이해의 넓이로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저 사람 그렇게 안 봤는데 왜? 저래?'라며 만남에 불편함이 생기면서 그 사람과 거리를 두려 합니다누군가를 사귄다는 것은 얼굴을 익히며 친하게 지낸다는 것을 의미합니다친구를 사귀든, 좋아하게 된 그 누군가를 사귄다는 것은 낯설었던 누군가와 친하게 지낸다는 뜻일 겁니다학교라는 공간에서 친구라 부르며 사귀었던 사람들은 그 어떤 이유나 ..

카테고리 없음 2024.04.30

엄마가 된 날

오늘은 큰딸아이의 생일이다 그리고, 난 엄마가 되었다 산고(産苦)로 힘들어하는 나의 손을 꼭 잡아 주시며 땀으로 범벅된 얼굴을 쓰다듬으며 "엄마도 널 이렇게 배 아파하며 낳았단다 이렇게 엄마가 되는 거야"라시던 나의 엄마, 큰 고통을 겪으며 낳으시고 사랑과 정성으로 키운 자식인데 자식은 낳고 키워주신 그 마음 자꾸 잊어버리고 살아가는 것 같다 자라면서 드린 기쁨은 적고 늘 걱정만 끼쳐 드리는 자식이라 죄송한데 아직도 나이 들어가는 자식 안위(安危)뿐이니 어찌 보면 자식을 두고 애물단지라는 말이 맞는지도 모르겠다 자식을 낳아 키우면서 내가 자라면서 하지 못 했던 것을 내 아이에게 욕심내는 그런 이기적인 엄마는 되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남들과 비교를 하고 부족한 부분을 책망하며 아이를 다그치지는 않았는지 모..

카테고리 없음 2024.04.19

피그말리온 효과

참 많은 말들이 오고 가는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사람들과 주고받는 말속에는 진실도 있고 거짓도 있고 그리고 말하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가에 따라 믿기도 하고 무시하기도 하면서 말입니다 게다가 무심코 건넨 말 한마디에 상처 받기도 하지만 힘을 내거나 용기를 얻기도 합니다 "그 사람 참 착해, 마음도 따뜻하고 그리고 주변사람들에게 얼마나 잘하는지 몰라" 이런 이야기를 듣게 된다면 '저 사람 착한 사람이구나'라는 생각으로 말과 행동에 신뢰를 가지게 됩니다 "저 사람 진짜 이상해? 대학교수라는 사람이 연구한다고 바쁠 건데 남의 일에 저렇게 참견하고 다니고 눈치도 없고 말이야" 라는 이야기를 전해 듣게 된다면 그 사람의 직업과는 상관없이 눈치 없고 이상한 사람으로 단정 (斷定) 지어 버립니다 그래서 ..

카테고리 없음 2024.04.18

풍수지탄(風樹之歎)

"살아갈 날이 얼마 남지도 않아 보이는 사람이 감나무 모종은 뭐 하러 사가려고요?" 허리도 굽고 많이 노쇠해 보이는 그리고 나이도 여든은 훌쩍 넘어 보이는 할머니께서 모종 파는 가게 앞에서 감나무 모종을 사려고 하자 가게 주인이 물어봅니다 "감나무가 자라 감이 열릴 때까지 못 살면 우리 자식들이 먹거나 손주들이 먹겠지" 그 이야기를 들은 모종가게 주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감나무 모종 3그루를 할머니가 밀고 온 할머니용 유모차에 담아 드립니다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태어나고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이 세상과 이별하니 그래서 우린 주어진 삶을 운명으로 여기고 살아가나 봅니다 80 평생을 시골에 삶의 터전을 마련해 살아온 우리네 부모님들이 계십니다 "꼬끼오"하고 새벽 수탉이 울기도 전 시골 부뚜막 아궁이에 불 지펴..

카테고리 없음 2024.04.15

봄은 자꾸 명령(命令)을 한다

봄을 재촉하는 비가 내리고 모처럼 햇살이 내려앉은 나뭇가지에는 파릇파릇한 잎들이 눈에 뜨입니다 갈듯 갈듯 가지 않고 있던 찬바람도 가고 나면 올 듯 올 듯 오지 않고 애간장 태웠던 봄바람에 두꺼운 외투 벗어두고 가벼운 옷차림으로 햇살에 이끌리듯 발걸음 가볍게 동네 한 바퀴 마실 다녀 와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가을 추수가 끝나고 마시멜로 모양의 건초더미들이 나뒹굴던 농촌들녘도 봄이 오면 모내기를 위해 땅을 갈아엎고 겨우내 얼어있던 밭에는 두둑을 쌓아 각종 식물의 모종과 씨앗을 심어봅니다 매실나무, 감나무, 밤나무 가지엔 꽃을 피워 열매 맺을 준비를 하고 참나무 구멍 뚫어 주입한 종균에서는 표고버섯이 모양을 잡고 달려 있고 두릅나무 가지마다 초록의 새순이 자라 나오면 가시에 찔리지 않게 조심해서..

카테고리 없음 2024.03.27

봄인가 보다

매실나무에 꽃잎들이 옹기종기 붙어서 꽃의 형태를 만들어 나뭇가지를 덮고 바람 타고 날아온 매화꽃 향기 코끝을 자극하면 봄이 온 것을 알려준다 찬 서리 맞고 하얀 눈 밭에서도 피어 나 꽃잎 맺히니 우린 설중매(雪中梅)라 부르며 사람들에게 존경과 덕망을 받는 이를 군자라 하였거늘 매화의 자태가 군자에 버금가기에 사군자 중 하나로 불리어 봄의 시작을 알려주는 것 같다 꽃잎이 떨어지고 맺히는 열매는 상큼한 향 가득 머금고 초록의 빛깔 뽐내며 가지마다 맺히고 바쁜 가운데도 한가하다는 망중(忙中)무렵이면 열매를 따 매실청에 매실장아찌 담아 무더운 여름 시원하게 한 잔 들이키며 갈증을 해소하고 입맛 없을 때 장아찌 한 젓가락 목구멍을 넘어가면 입 안 가득 침이 고이며 없던 입맛을 자극한다 겨울 동안 얼어 있던 대지를..

카테고리 없음 2024.03.21

인상(人相)

사람의 얼굴을 보고 우린 "잘생겼다 못생겼다 그리고 예쁘다 못났다"라고 평가를 한다 태어나면서 부모님께 물려받은 얼굴의 생김새라는 건 내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그래서 때론 부모님에 대한 원망도 하게 되고 의술에 힘을 빌리고자 하는 충동도 생긴다 그런데 얼굴이 '잘생기고 못생겼다'는 기준이 사람마다 차이가 있고 내가 예쁘다고 생각하는 사람과 다른 누군가가 생각하는 '예쁘다'의 기준은 다르다는 것이다 게다가 나이가 어리고 젊은 나이일 때의 예쁜 기준은 큼직한 눈에 오뚝한 코 그리고 매혹적인 붉은빛의 입술에 작은 얼굴을 가진 사람들을 두고 이야기한다면 세월을 어느 정도 살아온 사람들 눈에는 얼굴 하나하나의 생김보다는 살아온 세월이 얼굴에 묻어나는 인상(人相)을 두고 이야기한다 태어나면서부터 ..

카테고리 없음 2024.03.14

참기름 한병에 어머님의 마음을 담아 대신 전하다

"형님, 한번 안아봐도 될까요?" "이런 고마운 생각을 다했구나" 설 명절을 보내기 위해 시댁으로 가는 길에 하동장에 들러 사 온 참기름을 동서랑 시누이들에게 설선물이라며 건네며 편지지에 나의 진솔한 마음을 담아 함께 건네자 편지를 읽고 눈물을 훔치며 동서랑 형님이 하신 말씀이다 지난달 시어머니께서 돌아가셨다 시아버지께서 돌아가시고 거의 9년 만에 어머님마저 먼 길을 가셨다 난 아직 엄마 아빠 두 분 다 곁에 계시기에 부모님과의 이별의 슬픔이 어느 정도인지 실제로 가늠 할 수는 없다 29년 가까운 결혼생활은 시어른들도 나의 또 다른 부모님이긴 하지만 핏줄을 나눠 나를 낳아 키워주시고 아직도 50을 훌쩍 넘긴 딸자식 걱정이신 나의 부모님에 대한 마음과는 조금은 거리가 있지 않나 싶다 항상 추석, 설날 명절..

카테고리 없음 2024.02.15

나의 이야기 들어보실래요?

제3편; 목표 달성은 또 다른 목표를 만든다 새해가 다가오면 지난해, 세웠던 목표에 대해 실천하지 못 한 아쉬움으로 새로운 마음과 각오로 또다시 계획을 세운다. 작심삼일(作心三日)로 그치는 경우가 있다 하더라도 시작이 반(半)이라 했으니 어쩌면 절반의 성공을 이루었다는 생각으로 마음을 다 잡는 건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부모님 그늘에서 살아오다 결혼으로 인해 내 삶의 주체가 되고 아이를 낳고 부모가 되면서 늘어나는 의무와 함께 책임감도 더 무거워져 갔다 첫 내 집 마련은 통장의 잔고를 0으로 만들었지만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만든다' 라고 하듯 내가 계획한 목표 달성은 성취감과 함께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도 가져다주었다 하지만 삶이 계획대로만 살아지지 않는다는 것을 세상을 어느 정도 살아 본..

카테고리 없음 2024.02.08